- 2022년은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개발자로 전직하고서 생애 첫 정규직 취업, 해고, 면접, 재취업을 모두 겪은 다사다난한 해였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고된 시간은 뒤로 하고 조금은 더 순조로운 새해가 되길 바랍니다.
2022 회고
개발을 시작했다
좋은 결정이었다. 일하는 즐거움을 다시 찾은 것 같아 기쁘다. 스트레스를 받네 마네 해도, 개발 자체를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까진 해본 적 없다. 그동안 해온 수많은 일 중에 비교적 편하고, 적성에도 잘 맞는다. 코딩이 주는 몰입감이 상당히 기분 좋다. 또한 기술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숙련하는 마음이 경건하고 좋다. 비록 아직까지 내가 하는 일은 '엔지니어링' 수준까지 느껴지진 않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니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더 잘) 하고 싶다.
직장을 구했다
직장인이 될 생각은 꿈에도 없었는데 인생 참 모를 일이다. 개발자로서 처음 취업했던 전 직장에서 수습 기간을 하루 남기고 경영 악화로 권고사직 당했다. 그곳에서 알게 모르게 고생을 많이 했었기에, 출근하기 전까진 지금 직장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대부분의 부트캠프 출신 비전공자 개발자들이 걷는 길이 어떠한지 알고 있기 때문에..) 우려와 달리 상당히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하는 일, 하게 될 일 모두 중요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회사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동료들이다. 함께 일하는 즐거움을 되찾은 것 같아 한동안 들떠 있었다. 코드 리뷰, 코드 컨벤션, 기술 스택 결정, 기타 기술 관련 다양한 세미나와 논의를 통해 코더로서 배울 점이 많았다. 그렇기도 했지만, 개발 외로 일하는 방법 자체에 대해서도 많이 배워간다. 이슈 트래킹, 기획 리뷰에서 중요한 것들, 효과적인 소통/협업 방식 등. 다양한 스케일의 팀으로 일하는 경험이 핵심적으로 느껴진다. 대단한 분들이 많이 계셔서 서당개처럼 배우려고 한다. 나 또한 나눌 수 있는 것은 전부 나누고, 팀으로 함께 성장하고 싶다. 여기서 '성장'은 (네카라쿠배를 가기 위한) 자기계발적 의미는 전혀 아니고.. 일을 완벽히, 매끄럽게 처리하고 빨리 퇴근하자는 뜻.
자의반 타의반으로 배타적인 거리감을 두고 혼자서 일한 경력이 길었기 때문에, 한동안 좋은 협업에 호들갑 떨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구성원 전반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으면 좋겠다. 어떤 분은 그동안 다녔던 직장의 (전)동료들과 연락하고 지낸다 하셨는데, 인상 깊었다. 왠지 훗날 가능할 것 같다. 내가 잘하자..
목표가 생겼다
2022년엔 개발을 시작하면서 목표가 자연스레 늘어난다.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언제 끝낼지도 모르겠다. 희망에 가까운 것들도 많아서, 앞으로 바라는 방향성 정도로 여긴다.
- C++
- 사이드 프로젝트 배포
- 백엔드 개발
- 개발로 수익 발생 & 1인 서비스 운영
- ML 활용
C++은 웹개발만 하는 것에 대한 갈증과 알고리즘/코딩테스트 준비만을 위한 공부가 너무 재미없다는 이유에서. 러스트도 많이 고민했는데, 그냥 일단은 큰고민 없이 가볍게 해보기로 했다. 정말 가볍게.. 그리고 해라/하지 말라는 잔소리는 안 듣기로 했다.
사이드 프로젝트 배포는 3월까지 해야 한다. 블로그 방명록 작업이 늘어져서 한동안 손을 못 댔는데, 너무 재밌을 것 같다. 일단 초기 기획, 기획서 n회 수정 및 db 설계까지는 끝낸 것 같고. 실사용자를 작게 받아볼 예정인데, 개발 과정과 결과가 너무 즐거울 것 같다. 꼭 끝내야지.
백엔드 개발은 지금 수준에서 더 깊게 알고 싶다. 프론트/백 개발자니까 반대편은 관심 없다-는 태도가 싫기도 하고, 몸과 마음 같은 관계라 하나만 있어선 안되는 것 같다. 주변에 잘 치는 분들 보면 그러한 구분 상관없이 다 관심을 갖는 것 같아서, 배울만한 태도라 생각이 든다. 백엔드로 전향은 아직 모르겠고, '𝐹𝓊𝓁𝓁 𝓈𝓉𝒶𝒸𝓀 𝒹𝑒𝓋'를 목표 삼기엔 애매하다. 풀스택은 궁극적으로 필요한 스킬이라 믿지만 - 지금 개발자 커리어에는 애매하다 생각하기에.. 어쨌거나 api 개발이나 db 설계는 재밌게 했기 때문에 더 하고 싶다.
개발로 수익 발생 및 1인 서비스 운영은 큰 재미 혹은 성취를 느낄 것 같아서. 규모랑 상관없이 수익이 생기면, 확실한 동기부여와 성취감이 들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종종 언급했던 Pieter Levels의 사업 수완은 배울 점이 많다. 사업, 책임, 비전, 오너쉽, 어쩌고 전부 관심 없지만 그런 사업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혹은 작은 외주라도 괜찮을 것 같다.
ML 활용은 코파일럿을 몇 달 써보고 생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생각보다 금방 변화가 올 것 같다. 다만 세간에 퍼진 "로봇이 지배한다”류는 모르겠다. 그보단 ai에 입력할 prompt를 언어처럼 익히거나, ai를 최대로 활용할 특정한 코드 스타일을 익혀야 한다거나 하지 않을까? 모르는 일이라 아무 말이나 하게 된다.
비장한 결심은 아니고, 최근에 dalle2, stable-diffusion이랑 허깅페이스에서 모델 몇 개 받아서 돌려봤는데 꽤 재밌었다. ML 쪽도 점차 오픈소스로 풀리는 게 많고, js 라이브러리도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해볼 게 많다. deblur로 초점 나간 사진 복구한다던가, 최근에는 chord progression만 생성해서 간단한 연주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취미로든, 뭐든 이런 변화는 늘 흥미롭다. 이런 웨이브는 타줘야..
바꾸고 싶은 것들
새해 결심은 안 한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가볍게 태도와 기분의 변화만으로 족하다. 혹은 행동의 순서나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일을 해보는 것 정도만.
(이하는 사적인 내용이라 안읽으셔도 좋습니다.)
선학습 후실행
새로운 걸 습득하는 더 효율적인 방식인 것 같다. 그동안 반대 체질이라 생각했는데, 바꿔보고 싶다. 실행이 앞서면 해본 것만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든 되게 하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학생처럼 공부하는 태도 나쁘지 않다. 쓸데없는 얘기하면서 이론에 매몰될 사람은 아니니 괜찮겠다.
운동, 스트레스 관리, ADHD
출근 전 운동을 꾸준히 해왔고, 이어가면 된다. 요즘은 볼링에 빠져지내는데, 조금 더 격렬한 운동도 취미로 하고 싶다. 몸을 쓸 때 스트레스가 잘 풀린다. 전직장에 다니면서, 해고당하고 취준하면서 체중이 13kg나 늘었는데, 스트레스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전부 감량했다. 몸과 정신을 아낄 필요가 있다. 좋아하는 영화, 게임, 전시 같은 것도 보고 적당히 즐기고 살아야한다. 물론 건강도 챙기고.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아니다. 조금 더 윤택하게 과정을 이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개발 커리어는 끝이 없고, 어차피 살아남는 놈이 강한 놈 아닌가.. 그러려면 자기계발은 페이스에 맞춰서, 오랫동안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ADHD가 의심된다. 파트너가 내 일하는 모습을 보고 해준 말인데 일리 있다. 산만할 땐 너무 산만하고, 몰입할 땐 과하게 몰입한다. 지금도 작업속도는 빠른 편인 거 같지만, 조금 더 정돈되면 어떤 퍼포먼스가 나올지 궁금하다. 약간의 불편함만 있는 정도라 없어도 좋고, 있어도 좋지만.
자기 이해와 관계 맺기
인지하고 있었지만 둔하고 자기 이해가 부족해서 문제가 좀 있었다. 이런 미숙함은 개선해야한다. 자기 이해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한 자의식과 다르다. 내가 선택한 일관된 편향, 지속되는 감정 etc와 연관이 크다. 대체로 기분이 좋거나 아무런 생각이 없어서 그런 자기이해가 느리다. 하지만 관계 맺음에 있어 좋지 않기에, 내 몸과 정신이 어떤 상태인지 조금 더 기민하게 알고 싶다.
관계 맺음에 자기 이해가 중요한 이유는 경계 때문이다. 적절한 경계를 타인에게 인지시키지 않아 적잖이 스트레스 받는 2022년이었다. 이런 결론을 얻었으니, 새로운 사람에게 같은 일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 다 쓸데없다. 타인의 경계를 존중하고, 마찬가지로 내 바운더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심기가 불편할 때마다 사이다를 터뜨리겠단 소리가 아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 부질없는 인연은 더 빨리 정리하겠단 얘기. 그리고 소중한 관계를 지키면서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냥 더 솔직해져도 되겠다는 결론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네트워킹?하려 합니다.
편하게 생각해주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